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북어 > 노파들이 삐딱하게 자리 펴는새벽의 장터 몸에서는 수평과 수직이무너진 지 오래고돈줄만큼 마른 손은자꾸만 북어 더미를무너뜨리고 있었다 돌연 앞으로 뻗은 손이허공을 바삐 불러들였다 잘생긴 서울 양반여기 북어가 있시다자알 마른 북어 손님 생각도 그랬다 2014. 6. 28. < 쌍화차 > 아스팔트만큼 진한 밤을잔에 가득 떠 담고대추와 땅콩과 잣이 별처럼 유영하는쌉싸름한 수면 위에오늘 아침 양계장에서 창조된 싱싱한 보름달 하나를퐁당, 떨구어 주면짧은 사이 파문의 결을 따라초승달이었다가상현달이었다가보름달이 되니이태백이라도 술 깨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스물다섯,실은 서른두 살 김 양 솜씨가 기막히다.그녀 팔자를 빼닮아 진하다 못해 별난 향을맡지도 않고 비운 당신 잔 속엔벌써 그믐밤이 왔다. 2014. 6. 24. < 봄비 > 온다 후드득 후드드득 터진 장구처럼깨진 꽹과리처럼 이번만 부르고 나면영영 죽을 것처럼 장사익처럼 서럽게눈물 쏙 빠지게 2014. 6. 3. < 반성 > 욕을 뱉자.누워서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한사발 가래처럼 찐득거리며기분 나쁘게 축축한 욕을 뱉자.늘상 하던 대로우리의 손모가지만 빼고저어기 하늘 어디쯤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정부와우리가 뽑은 정치인과그놈이 그놈처럼 떼를 지어 떠 가는 각료들에게 그러고 나서 우리 양심이 있다면눈 감는 거 아니다.고개 돌리는 거 아니다. 2014. 5. 9.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