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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쌍화차 >

by 제페토* 2014. 6. 24.

< 쌍화차 >

 

 

아스팔트만큼 진한 밤을

잔에 가득 떠 담고

대추와 땅콩과 잣이 별처럼 유영하는

쌉싸름한 수면 위에

오늘 아침 양계장에서 창조된 싱싱한 보름달 하나를

퐁당, 떨구어 주면

짧은 사이 파문의 결을 따라

초승달이었다가

상현달이었다가

보름달이 되니

이태백이라도 술 깨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스물다섯,

실은 서른두 살 김 양 솜씨가 기막히다.

그녀 팔자를 빼닮아 진하다 못해 별난 향을

맡지도 않고 비운 당신 잔 속엔

벌써 그믐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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