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화차 >
아스팔트만큼 진한 밤을
잔에 가득 떠 담고
대추와 땅콩과 잣이 별처럼 유영하는
쌉싸름한 수면 위에
오늘 아침 양계장에서 창조된 싱싱한 보름달 하나를
퐁당, 떨구어 주면
짧은 사이 파문의 결을 따라
초승달이었다가
상현달이었다가
보름달이 되니
이태백이라도 술 깨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스물다섯,
실은 서른두 살 김 양 솜씨가 기막히다.
그녀 팔자를 빼닮아 진하다 못해 별난 향을
맡지도 않고 비운 당신 잔 속엔
벌써 그믐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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