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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삭 > 어디로 가십니까기사가 물었다대답을 지체하는 동안에도택시는 홀로 공회전을 하였다그녀는 비스듬히 차창에 기대어달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택시는 출발했고그것으로 충분했다 2013. 9. 12.
< 유예 > 불탈 것을 입고썩을 것을 삼키며무너질 곳에서 잠들었다 떠날 사람을 사랑했고사라질 별을 노래했으며시들 꽃에 물 주었다 세월은 갈 테고 불 꺼질 태양 아래 허덕이느니증발할 바닷물에 몸 던지려는데뺨도 밟지 않고 눈물이제 본질 속으로 투신했다 다 큰 사내가 부끄러이 우는 일도세상 지나던 중에 아주 잠시일 뿐그 또한 잊힐 테고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2013. 9. 9.
< 환삼덩굴 > &lt; 환삼덩굴 &gt; 가지 말라고 함께 살자고 2013. 9. 2.
< 술 약속 > 우리 만나면 괴로운 얘기는 하지 말자돈 얘기 직장 얘기 애 키우는 얘기 그런 얘기 말고 예를 들어톱스타 A와 B의 밀애에 관한 얘기둘이 먹다 둘 다 죽은중국 요리 비법에 관한 얘기 여행 얘기라면 더욱 좋겠다호수와 하늘이 뒤집힌 곳에서독한 술로 밤새 피를 돌려도숙취가 없더라는 얘기 직립하는 고라니와 날개 달린 멧돼지가빨간 배추를 심고비처럼 쏟아지는 별 한 모금에오팔 홍채와 은빛 피부를 갖게 된 얘기 구질구질한 원망과 후회를 사구처럼 쌓고도모래 한 알 되가져 올 수 없어 천만다행이더라는 그런 얘기 2013.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