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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부탁 > 성급히 낙엽을 치우는 건 참으로 멋없는 일이다당분간 쌓이는 대로 놓아둔다면점심을 마치고 거리로 나선 월급쟁이들의커피 맛을 돋우거나아직 공표되지 않은 사내커플이멀찌감치 떨어져 걸으며서로의 낙엽 밟는 소릴 주워 담는 재미로잘만 된다면야더없이 쏠쏠한 추억이 될 것인데 시간을 죽일 만큼 배짱 두둑한 나도어디,마른 낙엽들이 바람에 낮은 파고로 밀리는 소릴 들어볼까?돌담 밑에서 노인이 빼 문 돗대가사스스... 타들어가는 소리만큼이나쓸쓸한 여운이 남는그래서 사별 이후 처음으로여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 들게 한. 2014. 10. 28.
< 낙엽과 아버지 > 단풍나무 아래에예비군처럼 누운 낙엽들이찬 바람 불때마다 왕년을 읊조리는 소리 말도 마쉽지 않았지 성탄 전야에막일을 마친 아버지가언 손을 비비며 들어오실 때에도꼭 같은 소리가 났었어 말도 마쉽지 않았지 2014. 10. 14.
< 텍사스 > 늙은 카우보이목장 울타리에걸린 두개골 살점 하나 남김없이깨끗이 드러낸회백색, 들소의 진심 그는 더 이상 감출 것이 없다 그렇지, 시도 그래야 해달 없는 밤에청백색 인광을 발하는변사자의 이빨처럼 2014. 10. 14.
< 첫 키스 > 배운 적 없이도 눈이 감겼다교과서 대로 기우는 고개의 각도물 샐 틈 없이 포개지는 입술정답! 우리는 녹아서스미기 좋은 액체가 되고아예 쏟아져 들어가모든 방에 범람하였다우릴 멈출 수 있는 건 오직 제한 없는 시간뿐메말랐던 것은 모두 젖었다그것은 헤어지고 안 일 아직 입술을 떼지 않은 지금은말랑거리고 따뜻하고 축축하고말하자면 살 맛이 나고그래서 산다는 건 좋은 것이고너와 나 사이의 경계는될 대로 되었다 2014.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