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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55

< 가느다란 격려 > 타인의 주위를 공전하는 건 쓸쓸한 일이었어 빅뱅 이후 줄곧 별과 별 사이가 멀어짐을 느끼며 나는 철들었지 일생 어울린 사랑도 종내 멀어지리란 걸 오랜 친구여 세상을 탓하지 말자 상식을 뒤집으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법 외로움을 이기자 천동설을 믿자 2022. 7. 21.
< 좋은 인생 > 이따금 잠을 설치며 잘 살고 있나 싶다가도 후련히 울고 나면 까짓것 잘 살면 되지 싶고 하지만 비법을 모른 채 오후의 냇물에 미래를 띄어보았다가 함께 떠내려가 주름만 늘어 돌아온 저녁. 부질없는 짓. 야금야금 살다 보면 천지신명이 알아서 하실 일. 내일이 있는 한 어떻게든 될 일. 2022. 7. 10.
< 사람을 찾습니다 > 산이 많은 나라에서 나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사시나요. 우리 눈은 마주쳤을까요. 옷깃이 스쳤을까요. 어깨를 부딪혔다면 미안합니다. 오늘도 밤새워 편지를 쓰는 까닭은 이른 아침에 태우기 위함입니다. 용건이 분명한 연기를 피우기 위해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부채질을 해야 합니다. 보고 싶다 말하기엔 늦었고 그립다 말하기엔 섣부르다는 걸 압니다. 바쁜 당신은 하던 일을 하십시오. 다만 매캐한 안부가 코 끝에 닿거든 허리를 세워 산 너머를 봐주십시오. 나 여기에 있습니다. 2021. 2. 21.
< 로드킬 > 일기가 나쁜 밤이었다. 가드레일이 없는 타지의 국도는 외지고 어둡고 누구도 횡단을 연습한 적 없었다. 가로등마저 없는 0시에 길 위에 서는 야생동물은 다소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달려오는 빛을 발견한 그 밤도 다만 황홀했을 뿐 거리를 가늠하지 못했다. 홍채가 수축하고 빛이 천둥소릴 낸 순간 지난밤 열린 눈 속을 가로지른 외줄기 유성이 무엇을 암시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통은 짧았다. 별안간 닫힌 이승 위로 겨울비가 억수 같을 뿐. 202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