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7 < 실수 > 결말을 알고 싶어 서둘러 늙은 아이들아뿔싸, 그런 건 없었다시시각각 변하는 현상만이 있을 뿐너는 괜히 늙었다유행이 지나고 있다. 2025. 3. 14. < 욕망이 죽는 양태 > 멀리 성곽을 보았다 해서 스스로를 성의 일원이라는 믿는다면 바보다나는 거기로 들어갈 배짱이 없으므로이곳 산마루에서 잠시 바람을 쐬다가 몸이 식으면 익숙한 길을 따라 내려갈 것이다그곳과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비탈을 따라 종내 멀어지는 길을후회는 없을 것이다거기에는 내가 꿈꾸었던 사랑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애초 나의 여정에 성으로의 진입은 계획되지 않았으니까시야에서 성이 사라지고 오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을 표명할 수는 있겠다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나네, 하면서 2025. 2. 28. < 퇴근 - 조연을 위하여 > 레드카펫처럼 노을이 깔리고스산한 밤거리로 아무렇게 퇴장하는 사람들 삶이란 한 편의 드라마이고저마다 제 삶의 주인공이라지만지나온 날들을 따져 볼라치면너는 영락없는 만년 조연이다 하지만 숨겨놓은 한방이 있어뭔가 보여줄 날 있으리라는 너는참된 성공은 빈손에서 시작된다 믿으며오래도록 실패를 어머니 삼았다 가여운 너를 위해 비가 쏟아지는 지금일생 서툴기 짝이 없었으나홍합탕 안주 삼은 외딴 포차에서찬 소주 들이켜는 표정만큼은예술이다, 예술 2025. 1. 19. < 겨울 일몰 > 거리에 솜털 같은 것이 침전되고 있었습니다 두터운 창 안에 머물렀으므로 창밖 풍경은 포근할 따름이었습니다 눈이 그치고 솜이불을 덮은 대지와 지는 해에 붉게 가열되는 동녘 설산을 보면서 나는 그만 따뜻하게 얼어 죽은 소녀 이야기를 믿을 뻔하였습니다 2025. 1. 6. 이전 1 2 3 4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