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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며5

< 기억하기 > 잊지 않고 누군가를 떠올릴 때한 송이 꽃이 피어난다면 오늘 그곳은온통 꽃밭일 텐데 부디 2021. 4. 16.
< 송별 > 운구차 뒤로 멀어져 간 세상이작년과는 다르다지만우리에겐 아직도 해줄 말이 없다 얼버무리는 자와변명을 고안해낸 자와기어코 자리를 지켜낸 자들은건강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추도문이 낭독될 때우리의 울음이 한발 늦으면 어쩌나염려하는 것 뿐. 우박이여 쏟아져라비야 내려라축대여 무너져라 후련하게 떠나시라고풍경이여 돕자 2018. 4. 16.
< 백치에게 > 배를 건지던 날겨울은 구치소로 사라졌다하지만 항구에서 기다리는 이들의 눈꺼풀 위에는눈보다 서러운 것이 쌓여 있어무너진 가슴 어딘가로부터황소바람이 들이쳤다 수습될 우리의 사랑은눈 감을 수 없어 서러우리니흙을 씻어내는 동안 흘러내리는 것은무엇이든 눈물로 쳐줌이 마땅하다 몇 번의 실신과 통곡이 잦아들 새벽녘에는반성을 거부하는 백치에게편지를 써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봄을 망친 자여, 못난 우두머리여기도하라돌아온 내 사랑의 어금니에용서가 남아 있기를 2017. 4. 23.
< 항구에서 >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아이 엄마는 눈 밑에 제방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러면 이제 눈물이 넘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선착장을 만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눈언저리에 작은 등대까지 세워둔다면혹여 돌아올 아이가 헤매는 불상사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생각했다.아주 잠시 아이를 생각했을 뿐인데얼마나 지났다고 또다시 충혈된 흰자위 상공으로월식처럼 캄캄한 눈동자가 떠올랐다별들이 빠르게 껌뻑거렸다하늘이 붉어지는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이런 식의 세계라면 차라리 눈 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그새 눈동자의 인력을 이기지 못하고 차오르는 바다, 사리다.울컥, 하고 짠물이 뺨 위로 넘쳤다백여 일 동안 생겨난 몇 개의 물골마다 기억은 따끔거렸고그렇게 뭍의 능선을 흔들어 놓은 후에야 바다의 수위는 낮.. 2014.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