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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배달 사고 > 피를 졸이는 더위는지난겨울 기도의때늦은 응답 하늘나라 콜센터는 그러더군기도가 밀려배송이 늦노라고 빈말이나마인사를 건넨 건그나마 잘한 일 사랑합니다, 고객님 징글징글한 더위 끝에사랑 하나 건졌네 2018. 8. 12.
< 고양이를 위한 결말 > 차에 치인 들고양이죽어가고 있었다. 먼 길 오가며밥 주고 약 주니눈으로 보듬으니오래지 않아 걷고 뛰고웅크리고 하품하고기지개 켜고이빨 보이고발톱을 세웠다. 가여운 것.너는 완치되었다.가서 약자를 죽여라. 2018. 8. 7.
< 예정에 없던 슬픔 > 당신은 새가슴을 가졌으니멀리 날아가십시오.거룩하지 않은 세상으로 가십시오.우리는 눈치껏 늙어가겠습니다.종결된 프로필을 들춰 보는 일도오늘이 마지막입니다.고백하건대, 관망하던 우리는한 대 얻어맞았습니다.창문을 열어도 세상은 덥기만 합니다.고개를 저어도 기록적인 슬픔뿐입니다.서운한 날들이 대책 없이 지나고 있습니다. 2018. 7. 31.
< 연못에서 > 연못이 고요하여소년은 삐뚤어졌다.큰돌을 던지니물의 살이 터지고구름이 찢기고체액이 튀었다.술렁이다가 둥글게 둥글게미움을 밀어냈다.여치 울음소리가 늘어질 즈음에야물은 깜쪽같이 아물었다두 번째 돌을 집어 들었을 때소년은 물이 품은 큰돌을 보았다.너그러움은 무료한가?아니다, 송사리 떼가 놀고 있다.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2018.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