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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별일 없는 하루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실은 안간힘을 쓴다는 뜻이다. 지금도 마천루와 전봇대는쓰러지지 않으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 수력댐과 고가대교도무너지지 않으려 진땀을 흘리고 있다. 평안은 뉴스가 되지 않으나별일 없는 날을 나는 사랑한다. 행인들의 따분한 얼굴과그들이 버티어낸 하루를 사랑한다. 2018. 9. 13.
< 확정하는 어려움 > 두부를 자를 수 없습니다. 무를 자를 수 없습니다. 세상은 똑똑하고 대담한 위인들이 앞다투어 정의 내린 것들 투성이지만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유보합니다. 형체가 흐릿합니다.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나는 나 자신조차 규정짓지 못하므로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똑 부러지지 않습니다. 말꼬리가 흐려집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2018. 9. 13.
< 눈물 감추기 > &lt; 눈물 감추기 &gt; 눈물이 투둑, 떨어졌습니다. 재빠르게 낙하하여 지면 위에 흩어졌으므로 상대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중력은 그래서 있구나. 떨구고 있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우주정거장에서는 숨길 수 없겠구나. 생각하나 마나입니다. 속눈썹에 매달린 몇 방울을 재빨리 .. 2018. 9. 6.
< 아직은 괜찮습니다 > 그녀가 나를 잃어버린 건이른 오후였다.집에 도착한 후 두 시간이 지나서야비싼 택시를 타고오전에 다녀간 읍내 정형외과와내과를 이 잡듯이 뒤졌다.다리를 절며마지막으로 들렀다는 농약사에서졸고 있던 나와 재회했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이번이 몇 번째인가 싶어가슴을 세 번 치고일곱 번 자책했다.집에 당도하면 장남에게 전화를 걸어또 한번 넋두리할 것이다.나는 막내딸이 선물한열한 번째 양산이다. 2018.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