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해갈 > 나는 목마른 사체.계곡까지 겨우 열 걸음인데산짐승은 하필다리를 물고 갔네 목이 탄다 비야 내려라목이 탄다비야 내려라 산을 넘는 먹구름에섬광이 일고천둥소리 도착하기 전,하늘 향한 얼굴에는입술이 없었네 꽈광!!! 이 얼마 만의 웃음이냐 2018. 8. 29. < 앞으로 > 하나 둘 셋 넷 지구는 둥그니까자꾸 걸어 나가면온 세상 어른이를다 만나고 오겠지만 얼굴을 모르는내 살가운 이여자꾸 걸어 나가면나와는 만날 수가 없지 않으냐 내가 찾아가련다그대는 거기에 있어라 2018. 8. 26. < 납량특집 > 산길 굽이마다 사찰이 세 채. 자정이 가까웠음에 주지는 잠들고 장수를 바란 중년의 욕심만이 부단히 산을 올랐다. 정상에 서는 이들은 너나 없이 고대의 제사장처럼 몸을 풀었는데, 차디찬 맥주를 떠올릴 즈음엔 살이 꽉 찬 큰달 앞을 전설의 고향처럼 먹구름이 흘렀다. 내리막길엔 예보에 없던 돌풍이 불어 찢긴 나뭇잎이 어둑한 길위에 불길한 복선을 뿌렸다. 아뿔싸, 제 다리를 되찾으려는 외다리 송장의 출현도 꼭 요맘때였던 듯한데, 걸음이 나를 살려 용케 주지의 이불에 숨은들 별수 있을까. 요즘 스님은 과학을 배운 걸. 일순 잰걸음을 멈춘 나는 침을 탁, 뱉고서 한 가지 걱정을 하였다. 이러다가 어른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2018. 8. 20. < 싶어서 그랬어 > < 싶어서 그랬어 > 우리는 다들 싶다 싶어서 사진을 지우고 싶어서 밥을 먹고 싶어서 새 옷을 사고 싶어서 소개팅을 하고 싶어서 퇴짜를 놓고 싶어서 가로수길을 걷고 싶어서 술에 취하고 싶어서 거울을 부수고 싶어서 밥을 굶고 싶어서 담배를 배우고 싶어서 뺨을 치고 전화기를 든다.. 2018. 8. 14.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