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벚나무 아래에서 > 쏟아지는 꽃잎을 화관처럼 이고 선중년 부부. 미간이 깊은 여자는좋으면서 어색했고손이 거친 남자는미소를 지어 보이느라애를 먹고 있었다. 살 날이 많지 않은 사진사는울 날이 많은 두 사람을기다려주지 않았다. 찰칵 새파란 연인이 자리를 바꾸어 섰고나는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이야 나와라봄꽃 다 지겠다 2018. 4. 13. < 오래된 배웅 > 잎이 쏟아지는 거리마다만연했던 사랑이여애인을 태운 버스가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구천 번 주고받은 눈빛이여차창 밖으로 흔들렸던작고 철없는 손이여집으로 가는 발 밑에 흩어진한나절의 기쁨이여투덜댔던 걸음이여다 지난 일이여 2016. 10. 18. < 공원에서 > 쭈뼛거리며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사랑하게 되어 있다.이내 구부러지는 눈매와빨라지는 말투와고조되는 직박구리 울음소리와어색한 공기를 바삐 몰아내는 손짓과동문서답에도 끄덕이고 보는 고갯짓과귓불을 향해 뺨을 가로지르는 입꼬리와흐린 날을 환하게 하는 앞니와멍청한 눈빛과둘 사이를 적절히 오가는 미풍과오! 서로의 체취는 오늘에 알맞다무엇보다 십오 분 만에 둘 사이의 거리가은근슬쩍 좁혀졌다는 사실과소행성 충돌이 임박했다는 속보에 상관없이어울리는 두 사람이 엮이었으면 하여 보내는건너편 벤치의 내 바람 때문이다.일어나 자리를 떠날 때에는손을 잡아라. 2016. 5. 8. < 냉이꽃 > 한 달 만에 찾은 엄마 얼굴이폭삭 늙었다 팔아치우기로 한 밭뙈기정 떼러 나갔다가냉이꽃에 정신 팔려깜빡, 서너 달잃어버리신 게다 꽃만 보다가는엄마만 손해다 2016. 4. 10.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