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량특집 >
산길 굽이마다 사찰이 세 채.
자정이 가까웠음에 주지는 잠들고
장수를 바란 중년의 욕심만이 부단히 산을 올랐다.
정상에 서는 이들은 너나 없이
고대의 제사장처럼 몸을 풀었는데,
차디찬 맥주를 떠올릴 즈음엔
살이 꽉 찬 큰달 앞을
전설의 고향처럼 먹구름이 흘렀다.
내리막길엔 예보에 없던 돌풍이 불어
찢긴 나뭇잎이 어둑한 길위에 불길한 복선을 뿌렸다.
아뿔싸, 제 다리를 되찾으려는 외다리 송장의 출현도
꼭 요맘때였던 듯한데,
걸음이 나를 살려 용케 주지의 이불에 숨은들
별수 있을까.
요즘 스님은 과학을 배운 걸.
일순 잰걸음을 멈춘 나는
침을 탁, 뱉고서 한 가지 걱정을 하였다.
이러다가 어른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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