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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고독사 > 지독한 밤에갓 지은 밥 위로 살얼음물을 부으니물은 물 대로밥은 밥 대로미지근히 섞이는 서로가 좋았다미련처럼 뿌옇게 방정 같은 것이 일었다 그는 짜디짠 간장만이 유일한 반찬이라는 점이못내 서럽기는커녕태양이 식어가는 이 순간에도밥알 세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오래지 않아 야위었던 밥알은 탱탱히 살 올랐고쉰 살을 넘기지 못한 육신은떠날 채비를 마쳤다 개울 너머 눈밭을발자국도 없이 오는 이여이 몸이 식기 전에 오소서함께 아침을 먹읍시다 2016. 3. 1.
< 귀가 > 오늘도 불 밝힌 창문에숨결이 서리었습니다다행입니다귤은 조생종이면 좋고요살얼음이 앉은 언덕을조심조심 오세요잡곡 넣어 구수한 저녁밥은칙칙폭폭 다 돼 가고당신이 좋아하는 두부조림도조글조글 간이 배 갑니다우리의 알뜰함을 증명할 고지서는아침 일찍 도착했고요젖비린내 가득한 방에서는아가의 꿈이 멀리 갔네요깨어도 좋으니당신만을 위해 열린 문으로어서 들어오세요긴 하루였습니다 2016. 2. 2.
< 도토리 > 우유부단한 너는키나 재면서여름 내내 눈알만 굴리다가매운 바람 된 비 맞고쏙 빠져 버렸지또르르 굴러가다할매 발에 차였지바보너는 묵사발이 될 거다남 좋은 일 한 거다 2015. 10. 10.
< 사북역 > 대합실의 여자는 그림이 아니다오래 살고 싶었지만 거짓말을 했다 진실로 일만 피트 상공에서 날개 부러진 새만이 죽고 싶으며살고 싶으며죽을 것이며죽는다 여자야내일모레 벚꽃이 핀다드라가서 개똥밭을 구르자 2015.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