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에서 >
쭈뼛거리며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사랑하게 되어 있다.
이내 구부러지는 눈매와
빨라지는 말투와
고조되는 직박구리 울음소리와
어색한 공기를 바삐 몰아내는 손짓과
동문서답에도 끄덕이고 보는 고갯짓과
귓불을 향해 뺨을 가로지르는 입꼬리와
흐린 날을 환하게 하는 앞니와
멍청한 눈빛과
둘 사이를 적절히 오가는 미풍과
오! 서로의 체취는 오늘에 알맞다
무엇보다 십오 분 만에 둘 사이의 거리가
은근슬쩍 좁혀졌다는 사실과
소행성 충돌이 임박했다는 속보에 상관없이
어울리는 두 사람이 엮이었으면 하여 보내는
건너편 벤치의 내 바람 때문이다.
일어나 자리를 떠날 때에는
손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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