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사람을 찾습니다 > 사람을 찾습니다 > 산이 많은 나라에서나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당신은 어디에 사시나요. 우리 눈은 마주쳤을까요.옷깃이 스쳤을까요.어깨를 부딪혔다면 미안합니다. 오늘도 밤새워 편지를 쓰는 까닭은이른 아침에 태우기 위함입니다.용건이 분명한 연기를 피우기 위해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부채질을 해야 합니다. 보고 싶다 말하기엔 늦었고그립다 말하기엔 섣부르다는 걸 압니다.바쁜 당신은 하던 일을 하십시오. 다만 매캐한 안부가 코 끝에 닿거든허리를 세워 산 너머를 봐주십시오. 나 여기에 있습니다. 2021. 2. 21. < 로드킬 > 로드킬 > 일기가 나쁜 밤이었다.가드레일이 없는 타지의 국도는외지고 어둡고누구도 횡단을 연습한 적 없었다.가로등마저 없는 0시에길 위에 서는 야생동물은다소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달려오는 빛을 발견한 그 밤도다만 황홀했을 뿐거리를 가늠하지 못했다.홍채가 수축하고빛이 천둥소릴 낸 순간지난밤 열린 눈 속을 가로지른 외줄기 유성이무엇을 암시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통은 짧았다.별안간 닫힌 이승 위로겨울비가 억수 같을 뿐. 2021. 2. 3. < 부끄러운 애도 > 연민이 봄볕 같아도분노가 불볕 같아도네가 묻힌 땅은 얼음장이다.세상에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또래의 입김에 섞이어눈 덮인 놀이터를 선회했을 테지만무슨 수를 써도 너는 돌아올 수 없다.안일한 자들이 멍든 손을 놓친 이후로더 이상 재잘거리지 않을 만큼너에게 침묵은 쉬운 일이 되었지만작은 점처럼 외로이 웅크린 마지막을 생각하면이제 와 눈이 붓도록 울어준들이름만이 서러워질 뿐이다.너의 죽음은 너무 이르고나쁜 습관처럼 우리는 면목이 없다. 2021. 1. 5. < 탁발 > 길섶에 버려진사발 하나흰 눈꾹꾹 눌러 쌓이고마음을 주린이여와서 드소서성불하소서 2020. 12. 26. 이전 1 2 3 4 5 6 7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