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1 <시간 여행> 오랜 세월 달려와 현재에 이르렀으나낙원은커녕꿈꾸었던 사랑도소망했던 세상도 없이거울 속에 늙은 얼굴 하나덩그러니 남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시간이 멈춘 유년에가만히 머물러나 있을 걸 미래란 부모를 죽이고 아이들을 늙게 할 뿐 나는 속이 상하여 머리칼을 검게 물들이고거울 속 아버지의 수염을 민다 젊어져라 이놈부디 젊어져라 2024. 10. 9. < 가느다란 격려 > 타인의 주위를 공전하는 건 쓸쓸한 일이었어 빅뱅 이후 줄곧 별과 별 사이가 멀어짐을 느끼며 나는 철들었지 일생 어울린 사랑도 종내 멀어지리란 걸 오랜 친구여 세상을 탓하지 말자 상식을 뒤집으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법 외로움을 이기자 천동설을 믿자 2022. 7. 21. < 좋은 인생 > 이따금 잠을 설치며 잘 살고 있나 싶다가도 후련히 울고 나면 까짓것 잘 살면 되지 싶고 하지만 비법을 모른 채 오후의 냇물에 미래를 띄어보았다가 함께 떠내려가 주름만 늘어 돌아온 저녁. 부질없는 짓. 야금야금 살다 보면 천지신명이 알아서 하실 일. 내일이 있는 한 어떻게든 될 일. 2022. 7. 10. < 쓸모 > 마침내 나는 카테고리에 속하였다.검토되고 분류된다는 건 행운이지만결핍의 말을 편식하는 동안지병을 얻었다각기병을 앓는 살가죽처럼 탄력 잃은 표현은번번이 뼈에 눌어붙고익숙한 손목이 생산한 문장은개조차 먹지 않는다이제 와 새롭고 낯선 어휘를 발견한들눈은 흐려졌고 화학반응마저 없으니얄팍한 재간을 폐기할 때가 되었다발라먹고 남은 앙상한 문장부터외진 곳에 버려야겠다돌아오는 길이 아무리 덤덤하여도그간의 고락을 생각하면우는 척이라도 해야 옳다나는 쓸모 있었는가? 2021. 2. 25. 이전 1 2 3 4 5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