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91

< 태풍 > 창문 닫지 마라먼 길 휩쓸리어아프게 날아왔다 교회 십자가에 얼굴을 베이고유흥가 뒷골목쪼그려 앉아 우는 호스티스의 눈물을 훔치고실연한 청춘이 쏟은 오물을알몸으로 쓸었다키스방 전단지를 뿌리는 노파의 더운 목을 식히고곰팡이 핀 반지하묵은지 냄새를 몰아냈다 창문 꼭꼭 닫은 병풍 같은 아파트,등 떠미는 뒷바람의 재촉에벽을 타고 수직으로 오른다꼭대기를 넘기 전 십칠 층고요히 잠든 네 곁에이제 그만 쉬고 싶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여 창문을 열라균열 같은 틈새에 머리를 구겨 넣고긴 비명을 지를 테다 2011. 8. 10.
< 국민 H > &lt; 국민 H &gt; 답답해 죽겠네 요새는 가만히 누워 있어도 숨이 콱콱 차오르는 것이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 목구멍으로 들이치는 그런 기분이라니까 희망이고 나발이고 진작에 글러먹은 나라야 그래서 늘상 말하지 않던가 정치하는 놈들은 죄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내가 투표하지 않는 이.. 2011. 8. 5.
< 두부 > 매일 한 모씩,다른 반찬은 몰라도두부 반찬 떨어질 일 결코 없다홀어머니 좋아 하시는 두부조림, 찌게, 부침 슈퍼를 나온 시각이 저녁 일곱시깜빡이는 파란불에 서두르는데낡은 일톤 트럭이 달려 든다통화중인 벌건 얼굴 안경잽이 운전수'아내였을까?'핸들 잡은 손에서는 담배가  탔다강철은 빈약했고유리 파편의 비산은 안개꽃보다 예뻤다시공이 확장되고 사이를 가로 질러 날을때에 문득 걱정 들때에중앙선 위에 바스라졌다 아아, 어쩌나치매 걸린 어머니 어쩌나울어머니 좋아하시는 두부조림, 찌게, 부침 2011. 6. 14.
< 오지 > 깊은 산속에 살게 된다면우리 조금 못나도 된다못나도 너무 못나도시에서는 외면당하고상처 받았었다 할지라도깊은 산속에서는 문제 되지 않는다너를 판단할 사람 오직 나뿐이고나를 판단할 사람 오직 너뿐이기에일 년쯤 지나면심마니 하나 지나지 않는 그곳에서는 도무지 네가 잘난 애였는지못난 애였는지 가물가물 해지고비교해볼 만한 누구 하나 없는 탓에선택의 여지 없는 우리로서는별수 없이 사랑하게 되어 있다사랑밖에 할 것 없는그 깊은산속에서는 2011.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