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0 < 복날 > 웃으면 복이 온다던배우지 못한 떠돌이 개의 농담을곧이곧대로 믿지 말라그 복은 그 복이 아니다그러니 만 원, 이만 원, 삼만 원,침 발라 가며 개 값 확인하는 주인 앞에꼬리 치지 말 것이다살기등등한 개장수에게 멱살을 잡혀강철 우리에 갇히고 나면비릿한 침 냄새와 무참히 뒹구는 황색 털 뭉치로부터엊그제 사라진 옆집 떠버리의 최후를직감하게 될 것이다그깟 푼돈에 기른 정 쉬이 팔 수 있는 것이더이까 하는원망 같은 신음은 그래서 부질없다 이래놓고는 시동이 걸리자매연을 쫓으려는 것인지작별인사를 하려는 것인지양심에 직사하는 태양빛이 따가운 것인지웃는 듯 찡그린 얼굴로찡그린 듯 우는 얼굴로느릿하게 손 흔드는 주인 양반 모습에 그만살아오리라는 낙관론자가 되어가지고서는줄에 묶인 이후 한 번 본 적 없는제 묵던 누추한 가옥과.. 2012. 7. 26. < 집에 가는 길 > 가뭄이 질긴 시골길 열한 시농로를 따라 늘어선 성긴 보안등 불빛에 어린 벼들 뒤척이면미안해진 보안등은 눈치껏 점멸하다가막차 타고 내려온 큰아들 어깨 위에넉넉한 금빛 은총을 부어주었다그러나 숙여진 얼굴은 캄캄하기만 했다 마을은 예전 그대로씰그러진 길은 씰그러진 채로내려앉은 지붕은 내려앉은 채로마을 뒤편 엎드린 큰 짐승도아직 떠나지를 않았더라 아버지의 멍청한 개는어김없이 악을 써댔지만녀석은 작년 여름의 폭염과 폭우에도녹아내리지 않은 좋은 가죽을 가졌다 오늘 밤은 흐릴 거라더니달의 역광에 나의 죄가 또렷해졌다별수 없이 오늘도 큰 짐승처럼 웅크렸다가내일 오후엔 오랜 작별을 고해야 할 듯싶다아버지의 고뿌에 소주를 부으며 2012. 6. 15. < 봄 > 봄은 거저 오지 않는다는우습지 않은 비밀을 털어놓고가난뱅이는 겨우내 냉골 위를 굴렀다찬 벽에 등이 닿을 때면구른 거리만큼 대지가 봄 쪽으로 간 셈이라는억지를 부렸다 그런 그가 부끄러워 절교한 지 이틀 만에거짓말처럼 날이 풀렸고일감 끊긴 나는 커튼 치고 문 잠근 채소리 죽여 냉골 위를 굴렀다 나는 겸손하며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기에사월,벚꽃 구경 나온 부잣집 귀부인에게는부르지도 않은 봄이 제 발로 왔더라고웃으며 시치미를 떼야지 2012. 3. 14. < 겨울나기 > 노파는이구아나 체온만큼 데워진 방의보일러를 껐습니다추위 타는 손녀의 손등을 때렸습니다아깝다고닳는다고 두 목숨이밤새 닳았습니다 2012. 2. 3.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