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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태풍 >

by 제페토* 2011. 8. 10.


< 태풍 >

 

 

창문 닫지 마라

먼 길 휩쓸리어

아프게 날아왔다

 

교회 십자가에 얼굴을 베이고

유흥가 뒷골목

쪼그려 앉아 우는 호스티스의 눈물을 훔치고

실연한 청춘이 쏟은 오물을

알몸으로 쓸었다

키스방 전단지를 뿌리는 노파의 더운 목을 식히고

곰팡이 핀 반지하

묵은지 냄새를 몰아냈다

 

창문 꼭꼭 닫은 병풍 같은 아파트,

등 떠미는 뒷바람의 재촉에

벽을 타고 수직으로 오른다

꼭대기를 넘기 전 십칠 층

고요히 잠든 네 곁에

이제 그만 쉬고 싶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여 창문을 열라

균열 같은 틈새에 머리를 구겨 넣고

긴 비명을 지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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