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
창문 닫지 마라
먼 길 휩쓸리어
아프게 날아왔다
교회 십자가에 얼굴을 베이고
유흥가 뒷골목
쪼그려 앉아 우는 호스티스의 눈물을 훔치고
실연한 청춘이 쏟은 오물을
알몸으로 쓸었다
키스방 전단지를 뿌리는 노파의 더운 목을 식히고
곰팡이 핀 반지하
묵은지 냄새를 몰아냈다
창문 꼭꼭 닫은 병풍 같은 아파트,
등 떠미는 뒷바람의 재촉에
벽을 타고 수직으로 오른다
꼭대기를 넘기 전 십칠 층
고요히 잠든 네 곁에
이제 그만 쉬고 싶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여 창문을 열라
균열 같은 틈새에 머리를 구겨 넣고
긴 비명을 지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