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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 사랑 > 칠흑 같은 눈동자를 유난히 편애했지만 동공 속 아득한 심연을 K는 두려워했다.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삐끗하여 추락하리라고 선데이서울에서 배운 터였다. 그럼에도 부주의하여 사람에 빠진 후 엄살 같은 넋두리를 늘어놓던 정체 모를 변덕의 소유자. 관계에 잠겨 허우적대다가 탈출할 묘수를 떠올린 날에는 이미 얼굴이 포개지고 말문이 막힌 다음이어서 속내를 털어놓기는커녕 입술에 취해 혼절하였을 뿐, 사랑할 운명들이란 매양 그런 식이었다. 2020. 12. 7.
댓글 쓰기 규칙 변경에 대하여 안녕하십니까, 벗님들. 댓글 쓰기 규칙을 조금 변경하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한 분의 누리꾼이 지속적으로 사이버 불링에 가까운 태도로 댓글 창을 어지럽히고 있어, 고심을 거듭한 끝에 댓글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규칙을 변경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쓰신 댓글은, 제가 승인하기 전까지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방문하시는 벗님들과 저 자신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이오니 너그러운 양해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11. 28.
< 텅빈 가득 > 낙엽을 떨구고 나무는 텅 비었고 집착으로 과열된 세상에서 얇은 외투만을 걸친 나도 비우자는 일념으로 소유의 무상함을 꽁꽁 언 발등에 서술했다. 겨우내 눈을 맞으며 세상은 텅 비었고 말끔히 비워내지 못한 나만이 거실에 앉아 봄볕으로 잔재를 태우는데 두 눈 가득 들어오는 목련. 아, 나는 잠시도 빌 틈이 없구나. 2020. 11. 27.
< 감기 > 생강차를 마시기로 해. 목도리를 두르기로 해. 숨을 크게 들이켜고 목화 같은 입김을 구름에 보태기로 해. 설설 끓는 방에 눕기로 해. 가슴 위에 올라 앉은 고양이를 내버려 두기로 해. 천연덕스러운 하품과 조몰락거리는 앞발과 그르렁대는 소리에 집중하기로 해. 행복하다. 오늘 산책은 그만두기로 해. 2020.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