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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복날 >

by 제페토* 2012. 7. 26.

< 복날 >

 

 

 

웃으면 복이 온다던

배우지 못한 떠돌이 개의 농담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

그 복은 그 복이 아니다

그러니 만 원, 이만 원, 삼만 원,

침 발라 가며 개 값 확인하는 주인 앞에

꼬리 치지 말 것이다

살기등등한 개장수에게 멱살을 잡혀

강철 우리에 갇히고 나면

비릿한 침 냄새와 무참히 뒹구는 황색 털 뭉치로부터

엊그제 사라진 옆집 떠버리의 최후를

직감하게 될 것이다

그깟 푼돈에 기른 정 쉬이 팔 수 있는 것이더이까 하는

원망 같은 신음은 그래서 부질없다

 

이래놓고는 시동이 걸리자

매연을 쫓으려는 것인지

작별인사를 하려는 것인지

양심에 직사하는 태양빛이 따가운 것인지

웃는 듯 찡그린 얼굴로

찡그린 듯 우는 얼굴로

느릿하게 손 흔드는 주인 양반 모습에 그만

살아오리라는 낙관론자가 되어가지고서는

줄에 묶인 이후 한 번 본 적 없는

제 묵던 누추한 가옥과 마을의 전경을

멀어지는 와중에도 바삐 눈에 새긴다마는

여하튼, 보신에 좋다 하는 낭설로 냄비에 담길 내일 오후가

그나마 기막히게 화창한 날이라면야

그것도 복은 복이겠거니,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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