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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봄 >

by 제페토* 2012. 3. 14.

 

< 봄 >

 

 

 

봄은 거저 오지 않는다는

우습지 않은 비밀을 털어놓고

가난뱅이는 겨우내 냉골 위를 굴렀다

찬 벽에 등이 닿을 때면

구른 거리만큼 대지가 봄 쪽으로 간 셈이라는

억지를 부렸다

 

그런 그가 부끄러워 절교한 지 이틀 만에

거짓말처럼 날이 풀렸고

일감 끊긴 나는 커튼 치고 문 잠근 채

소리 죽여 냉골 위를 굴렀다

 

나는 겸손하며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기에

사월,

벚꽃 구경 나온 부잣집 귀부인에게는

부르지도 않은 봄이 제 발로 왔더라고

웃으며 시치미를 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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