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
봄은 거저 오지 않는다는
우습지 않은 비밀을 털어놓고
가난뱅이는 겨우내 냉골 위를 굴렀다
찬 벽에 등이 닿을 때면
구른 거리만큼 대지가 봄 쪽으로 간 셈이라는
억지를 부렸다
그런 그가 부끄러워 절교한 지 이틀 만에
거짓말처럼 날이 풀렸고
일감 끊긴 나는 커튼 치고 문 잠근 채
소리 죽여 냉골 위를 굴렀다
나는 겸손하며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기에
사월,
벚꽃 구경 나온 부잣집 귀부인에게는
부르지도 않은 봄이 제 발로 왔더라고
웃으며 시치미를 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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