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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봄의 말미에서 >

by 제페토* 2013. 5. 16.

< 봄의 말미에서 >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가을이

어김없이 북쪽을 향해 엎드리던 작년

꼭 일 년만 더 살기로

진작에 구정날 차례상 물리며 다짐한바 있는 나는

결국 끝이 나기는 하는가보다 싶어

내심 준비를 마쳤더랬다

 

겨울은 왔고

스스로 죽었다고 믿어지던 날

대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것이 글쎄

'끝난 줄 알았느냐'며

비비 꼬인 바람으로 하여금

마당 가득 진달래를 뿌리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나는 

왠지 모를 좋기만 한 마음에

오래도록 머물러주기만을 바라였으나,

서둘러 떠나기로 결정된 것은 

짐작건대 말 꽤나 한다는 이들의 앞다툰 찬사가

여간 지긋지긋한 게 아니었던 게다

 

낙화 줍는 손목이

만질 수 없이 더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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