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말미에서 >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가을이
어김없이 북쪽을 향해 엎드리던 작년
꼭 일 년만 더 살기로
진작에 구정날 차례상 물리며 다짐한바 있는 나는
결국 끝이 나기는 하는가보다 싶어
내심 준비를 마쳤더랬다
겨울은 왔고
스스로 죽었다고 믿어지던 날
대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것이 글쎄
'끝난 줄 알았느냐'며
비비 꼬인 바람으로 하여금
마당 가득 진달래를 뿌리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나는
왠지 모를 좋기만 한 마음에
오래도록 머물러주기만을 바라였으나,
서둘러 떠나기로 결정된 것은
짐작건대 말 꽤나 한다는 이들의 앞다툰 찬사가
여간 지긋지긋한 게 아니었던 게다
낙화 줍는 손목이
만질 수 없이 더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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