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군을 보내며 >
끝내 재가 되었구나.
기왕에 이리된 거
숲에 뿌려져 풀의 일부가 되었다가
풀 뜯는 키 큰 초식동물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김에
가급적 그의 눈이 될 것을 권한다.
다만 생전의 너에게 해준 것 없는 데에 따른
일말의 죄책감을
이같이 터무니없는 바람 따위로 퉁치려는 것이
너로서는 다소 못마땅한 일일 수 있기에
선택은 오직 너만의 몫으로 남겨놓겠다.
먼 훗날 이맘때에
안개 자욱한 어느 소나무 숲에서
낯설지 않은 백발의 사내와 마주치거든
이미 좋은 것들로만 가득할
너의 큰 눈을
지금은 괜찮노라는 의미로
꾸욱, 눌러 한 번
깜빡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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