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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D군을 보내며 >

by 제페토* 2013. 4. 26.

< D군을 보내며 >

 

 

끝내 재가 되었구나.

기왕에 이리된 거

숲에 뿌려져 풀의 일부가 되었다가

풀 뜯는 키 큰 초식동물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김에

가급적 그의 눈이 될 것을 권한다.

다만 생전의 너에게 해준 것 없는 데에 따른

일말의 죄책감을

이같이 터무니없는 바람 따위로 퉁치려는 것이

너로서는 다소 못마땅한 일일 수 있기에

선택은 오직 너만의 몫으로 남겨놓겠다.

먼 훗날 이맘때에

안개 자욱한 어느 소나무 숲에서

낯설지 않은 백발의 사내와 마주치거든

이미 좋은 것들로만 가득할

너의 큰 눈을

지금은 괜찮노라는 의미로

꾸욱, 눌러 한 번

깜빡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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