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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정동진 >

by 제페토* 2024. 10. 10.

<정동진>


저것은 바다가 아니다
밤새 이슬을 마시고 알아낸
저것은 청록빛 슬립이다
허옇게 드러낸 육지를 덮으려고
수억 겹 하얀 레이스를
수평선에서 보내오는 것이다
노련한 연인은 레이스를 들추고
보증 없는 언약을 새긴 후 새처럼 달아났다
사라지는 언약을 돌아보지 않은 그들은
처음부터 영원한 것을 믿지 않았다
헤어지면 오려무나 하는 갈매기의 농담은
그래서 챙겨놓을 만하다
열차시간에 쫓겨 갈 사람은 갔고
발자국을 씻어낸 백사장 위로 낯선 연인들이 줄지어 왔다
나는 안다. 사랑은 끊임없이 시도되리라는 것과
인류가 멸종할 리 없다는 것과
바닷가는 사랑을 촉진하기에 그만이라는 것을.
이제는 믿는다
빗질하던 아내에게서 파도 소릴 들은 적 있다는
기러기 아빠의 꼬부라진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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