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 >
마침내 나는 카테고리에 속하였다.
검토되고 분류된다는 건 행운이지만
결핍의 말을 편식하는 동안
지병을 얻었다
각기병을 앓는 살가죽처럼 탄력 잃은 표현은
번번이 뼈에 눌어붙고
익숙한 손목이 생산한 문장은
개조차 먹지 않는다
이제 와 새롭고 낯선 어휘를 발견한들
눈은 흐려졌고 화학반응마저 없으니
얄팍한 재간을 폐기할 때가 되었다
발라먹고 남은 앙상한 문장부터
외진 곳에 버려야겠다
돌아오는 길이 아무리 덤덤하여도
그간의 고락을 생각하면
우는 척이라도 해야 옳다
나는 쓸모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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