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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로드킬 >

by 제페토* 2021. 2. 3.

< 로드킬 >

 

 

일기가 나쁜 밤이었다.

가드레일이 없는 타지의 국도는

외지고 어둡고

누구도 횡단을 연습한 적 없었다.

가로등마저 없는 0시에

길 위에 서는 야생동물은

다소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달려오는 빛을 발견한 그 밤도

다만 황홀했을 뿐

거리를 가늠하지 못했다.

홍채가 수축하고

빛이 천둥소릴 낸 순간

지난밤 열린 눈 속을 가로지른 외줄기 유성이

무엇을 암시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통은 짧았다.

별안간 닫힌 이승 위로

겨울비가 억수 같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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