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킬 >
일기가 나쁜 밤이었다.
가드레일이 없는 타지의 국도는
외지고 어둡고
누구도 횡단을 연습한 적 없었다.
가로등마저 없는 0시에
길 위에 서는 야생동물은
다소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달려오는 빛을 발견한 그 밤도
다만 황홀했을 뿐
거리를 가늠하지 못했다.
홍채가 수축하고
빛이 천둥소릴 낸 순간
지난밤 열린 눈 속을 가로지른 외줄기 유성이
무엇을 암시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통은 짧았다.
별안간 닫힌 이승 위로
겨울비가 억수 같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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