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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노숙인 대피소 >

by 제페토* 2011. 12. 19.

< 노숙인 대피소 >

 

 

사냥감이 멸종된

빙하기의 포식자처럼

하릴없이 역전을 떠돌다가도

해 저물면 얼지 않으려

어둑한 동굴로 찾아들었다

더듬더듬 자리를 잡은 다음

막장 인생에도 예절은 있다는 듯

신발 벗어 가지런히 놓으면

코를 찌르는 악취에

누구 하나 살갑게

비벼 오는 이 없었다

 

저어쪽에 누군가가

내년에는 일자리를 얻고

우울증도 치료하겠노라는

작심삼일의 각오를 떠들자,

매일 아침 넥타이 매고 역전을 오가는

바쁜 의욕들의 정체가

또다시 미궁에 빠져버렸다

 

에라이,

벌러덩 누웠다가 찌릿해오는

어깻죽지의 종기를 만지며,

'결국 지느러미가 나려는 게지

이렇게 퇴화되다가는

영영 바다로 돌아가고 말 테지' 하면서도

끝내 꿈꾸는 잠을 청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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