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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5

< 머릿고기 골목에 관한 소고 > 어깨싸움하듯 늘어선 가게마다사람들이 먹는다.부단히 먹는다.인간 위벽의 표면적은 대개 평균을 상회하지만 어디, 욕망도 그러할까. 송장냄새가 언뜻 풍겼고진열대마다 창백한 낯가죽이 겹겹이 엎드려 위장 속 어둠을 기다렸다.알맞게 썰어 낸 한때의 표정이접시 위에 일그러졌다. 잔을 부딪히고수저를 떨구고언성을 높이며먹는다.부단히 먹는다.나는 골똘히 생각한다.이 모든 일이 어쩌다 시작되었는지 2020. 8. 16.
< 습관성어둠증후군 > 습관처럼 저무는 마음을 밝히려고 보안등 아래에 설 때면 셀 수 없이 많은 날벌레가 깜깜한 몸뚱이에 빛을 적시고 있었다. 저 작은 목숨도 밝음을 갈구하는데 나도 그만큼 간절했던가. 아침이 오면 저들은 대명천지로 흩어져 눈앞이 캄캄하도록 살아갈 터, 밝고 또렷한 삶을 배우러 나는 따라나서야 한다. 날개도없으면서. 2020. 8. 16.
< 암시 > 평상에 앉은 여인들이나지막이 속삭이고,마을로 숨어든 대남방송이사상범을 수소문하는 동안아이는 뱃전 같은 어머니 무릎에 누워한 무리 별을 좇았다.다시 못 볼 밤하늘을두고두고 떠올리려고소쩍새 울음을 심어두었다.별이 그득한 눈이 닫힌 후뱃전이 흔들렸고어머니는 눈가를 훔치고는아이를 별처럼 안아 집으로 들어갔다. 소쩍새만 울어준다면그 밤이 떠오르련만, 이놈의 도시 2020. 8. 7.
< 서리태 고르기 > 야맹증이 없는 누구라도밤의 입자를 솎아내는 일은지루할 새 없는 즐거움손끝에서부터시나브로 어둠이 물들고눈마저 어두워질 즈음이면칠흑 같은 밤이어느덧 두 가마별은 어디에 있나, 보면서리태 한 알 또르르 달아날 때누이 눈 속에 반짝 2020.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