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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1

< 두부 > 매일 한 모씩,다른 반찬은 몰라도두부 반찬 떨어질 일 결코 없다홀어머니 좋아 하시는 두부조림, 찌게, 부침 슈퍼를 나온 시각이 저녁 일곱시깜빡이는 파란불에 서두르는데낡은 일톤 트럭이 달려 든다통화중인 벌건 얼굴 안경잽이 운전수'아내였을까?'핸들 잡은 손에서는 담배가  탔다강철은 빈약했고유리 파편의 비산은 안개꽃보다 예뻤다시공이 확장되고 사이를 가로 질러 날을때에 문득 걱정 들때에중앙선 위에 바스라졌다 아아, 어쩌나치매 걸린 어머니 어쩌나울어머니 좋아하시는 두부조림, 찌게, 부침 2011. 6. 14.
< 오지 > 깊은 산속에 살게 된다면우리 조금 못나도 된다못나도 너무 못나도시에서는 외면당하고상처 받았었다 할지라도깊은 산속에서는 문제 되지 않는다너를 판단할 사람 오직 나뿐이고나를 판단할 사람 오직 너뿐이기에일 년쯤 지나면심마니 하나 지나지 않는 그곳에서는 도무지 네가 잘난 애였는지못난 애였는지 가물가물 해지고비교해볼 만한 누구 하나 없는 탓에선택의 여지 없는 우리로서는별수 없이 사랑하게 되어 있다사랑밖에 할 것 없는그 깊은산속에서는 2011. 6. 10.
< 친구를 화장하고 > 괴로운 마음에 죽도록 마신 나는 그래도 출근은 해야겠기에 집으로 걸어가는 길 호시탐탐 튀어 오르는 아스팔드의 도발을씨팔, 하고 밟아 준 다음 골목길 들어서는데모퉁이에 건들거리며 섰던 전봇대 녀석이지퍼 내리느라 방심한 나를아리랑치기다! 하고 젖은 뺨 후려치길래텔레비젼에서 본 대로 와락, 클린치를 한 다음잘못 했지? 물으니, 잘못 했습니다! 해서친구 놈 죽은 것도 잊은 채노글노글해진 무릎으로삼바춤이던가차차차던가아, 비는 어찌 그리 내리던지 2011. 4. 29.
< 청춘 > 무언가에 목숨 걸었다 하는그런 과장 싫습니다세상에 목숨 걸 일이전쟁 말고 또 있답디까프로니 근성이니듣기야 좋지마는대체 그깟 일에목숨을 왜 건답니까인류가 뭍으로 올라올 적에그러니까 지느러미 아직덜렁덜렁할 적에그깟 일에 목숨 건다는 말가당키나 했겠어요시절 따라 생겼다가시절 따라 사라지는유치한 유행가지부질없는 각오지되면 되는대로안 되면 안 되는 대로그렇게 사는거지나쁘지 않지허나, 사랑은 예외지 2011.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