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161 < 누이에게로 > 산까지 오 분 거리잡혀선 안돼막아선 소방대원 아저씨는우리 누이 좋아하는 홍시 색깔 옷을 입었다덮쳐 온 그물에 코를 찢기고쇠몽둥이에 척추가 으스러지고깨진 거울 속 피칠갑 한 짐승을 보고서야비로소 자비 없는 세상임을 깨닫는다사냥개 떨쳐내며 단내 나게 달린다산 입구엔 어제 없던 재개발 펜스당황한 둔부에 꽂히는 묵직한 마취용수철 같던 야성은 콘크리트 바닥에 전복되고흐믈해진 다리는 허공을 달음질쳐보지만부러진 발굽에선 절망만이 솟구치고콧구멍은 그럼에도 삶의 의지 씩씩 뿜어내는데아가리는 누이를 목놓아 부르는데 글렀네 작년에 엄마를 쏜 늙은 엽사가방아쇠에 검지를 건다 2011. 8. 30. < 어떤 날 > 너의 얼굴 잊혀간다는 것이눈물 날 만큼 두려웠다 첫 키스 나누었던카페 겨울나그네초저녁이었지 아마그날 밤 우리는 무얼 했던가손잡고 지하상가를 걸었던가어쨌든 그 시절엔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사랑도 그러하리라 믿었기에길 위에 조금 흘린다 해도 아까울 리 없었다 이제는 아득해졌다어떤 날엔 안주 없이 독한 술을 들이키고꼴사나운 자해를 했는데그러면 까맣게 잊었던 사소한 추억이비질비질 상처로부터 흘렀다그랬었지 하고 씁쓸한 미소로 잔을 들다가도행여 잊혀질까 두려워오른쪽 넙적다리뼈에 깊은 음각으로 새겼다그러나 우리의 마지막 날에 이르러서는가슴 치며 무너졌다비틀거리며 자정의 천변에 불을 지르고성당 문을 걷어차며 신을 모독했다 돌아오는 재개발 주택가 골목길엄습하는 부끄러움에 뺨을 치고희뿌연 허공에 부탁하듯 다짐했다술 깨는 아.. 2011. 8. 11. < 태풍 > 창문 닫지 마라먼 길 휩쓸리어아프게 날아왔다 교회 십자가에 얼굴을 베이고유흥가 뒷골목쪼그려 앉아 우는 호스티스의 눈물을 훔치고실연한 청춘이 쏟은 오물을알몸으로 쓸었다키스방 전단지를 뿌리는 노파의 더운 목을 식히고곰팡이 핀 반지하묵은지 냄새를 몰아냈다 창문 꼭꼭 닫은 병풍 같은 아파트,등 떠미는 뒷바람의 재촉에벽을 타고 수직으로 오른다꼭대기를 넘기 전 십칠 층고요히 잠든 네 곁에이제 그만 쉬고 싶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여 창문을 열라균열 같은 틈새에 머리를 구겨 넣고긴 비명을 지를 테다 2011. 8. 10. < 국민 H > < 국민 H > 답답해 죽겠네 요새는 가만히 누워 있어도 숨이 콱콱 차오르는 것이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 목구멍으로 들이치는 그런 기분이라니까 희망이고 나발이고 진작에 글러먹은 나라야 그래서 늘상 말하지 않던가 정치하는 놈들은 죄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내가 투표하지 않는 이.. 2011. 8. 5.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