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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누이에게로 >

by 제페토* 2011. 8. 30.

< 누이에게로 >

 

 

 

산까지 오 분 거리

잡혀선 안돼

막아선 소방대원 아저씨는

우리 누이 좋아하는 홍시 색깔 옷을 입었다

덮쳐 온 그물에 코를 찢기고

쇠몽둥이에 척추가 으스러지고

깨진 거울 속 피칠갑 한 짐승을 보고서야

비로소 자비 없는 세상임을 깨닫는다

사냥개 떨쳐내며 단내 나게 달린다

산 입구엔 어제 없던 재개발 펜스

당황한 둔부에 꽂히는 묵직한 마취

용수철 같던 야성은 콘크리트 바닥에 전복되고

흐믈해진 다리는 허공을 달음질쳐보지만

부러진 발굽에선 절망만이 솟구치고

콧구멍은 그럼에도 삶의 의지 씩씩 뿜어내는데

아가리는 누이를 목놓아 부르는데

 

글렀네

 

작년에 엄마를 쏜 늙은 엽사가

방아쇠에 검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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