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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텔레비전을 버렸다 >

by 제페토* 2014. 8. 11.

< 텔레비전을 버렸다 >

 

 

나타난 것은

또한 사라지기 마련이어서

아침저녁 하루도 빠짐없이 애국가를 불러

사상을 검증받았다 한들

별수 없는 것이다

손바닥 몇 대로 잦은 고장을 추스르는 일도

그녀의 무릎처럼 더는 무리다

 

내가 평생 전한 것은 비록 값싼 유희였으나

그녀는 거의 모든 드라마를 보며 울었더랬다

나는 성실했으므로 후회가 없고

내세를 보장받지 못할 것을 안다

새 텔레비전이 도착하는 내일에는

고물상이 올 것이다

 

나는 파괴될 테지만

혹시 알아?

운 좋게 바다 건너 타갈로그어로 우는

이국의 귀부인을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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