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비전을 버렸다 >
나타난 것은
또한 사라지기 마련이어서
아침저녁 하루도 빠짐없이 애국가를 불러
사상을 검증받았다 한들
별수 없는 것이다
손바닥 몇 대로 잦은 고장을 추스르는 일도
그녀의 무릎처럼 더는 무리다
내가 평생 전한 것은 비록 값싼 유희였으나
그녀는 거의 모든 드라마를 보며 울었더랬다
나는 성실했으므로 후회가 없고
내세를 보장받지 못할 것을 안다
새 텔레비전이 도착하는 내일에는
고물상이 올 것이다
나는 파괴될 테지만
혹시 알아?
운 좋게 바다 건너 타갈로그어로 우는
이국의 귀부인을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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