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뎅을 대하는 자세 >
오늘같이 추운 밤
오뎅을 먹으려거든
먼저 두 손을 배꼽 위에 가지런히 모으자.
허리를 세우고
찬 공기 속을 오르는 영혼의 궤적을 따라
같은 속도로 시선을 이동해 보자.
그네들 죽음에 관한 개별적인 사연은
한데 뒤엉켜 조명받지 못했다.
포장마차 지붕에서 흩어지는 작은 입자들에 대하여
눈인사로 배웅을 마쳤다면
이번에는 지긋이 눈 내리깔고
짙게 우러난 진심의 심연을 바라보자.
진심은 비중이 큰 탓에 고스란히 가라앉는데
이런 때에는 국자로 정중히 저어
컵에 가득 떠 담으면 되는 것이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고도 바다에 물든 적이 없고
우는 모습조차 목격된 적이 없으나
창에 꿰인 몸 하나를 간장에 적시어 보면
비로소 참았던 눈물이 짜다.
그러니 국물을 들이켤 때에는
작은 목숨이라 쉬이 생각 말고
조심 또 조심하자.
그네들 체온이 살았을 적보다 뜨겁다.
'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봄비 > (0) | 2014.06.03 |
---|---|
< 반성 > (0) | 2014.05.09 |
< 하산 > (0) | 2013.11.08 |
< 영생의 비책 > (0) | 2013.10.24 |
< 그것이 올 때 > (0) | 2013.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