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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오뎅을 대하는 자세 >

by 제페토* 2013. 11. 20.

< 오뎅을 대하는 자세 >

 

 

오늘같이 추운 밤

오뎅을 먹으려거든

먼저 두 손을 배꼽 위에 가지런히 모으자.

허리를 세우고

찬 공기 속을 오르는 영혼의 궤적을 따라

같은 속도로 시선을 이동해 보자.

그네들 죽음에 관한 개별적인 사연은

한데 뒤엉켜 조명받지 못했다.

 

포장마차 지붕에서 흩어지는 작은 입자들에 대하여

눈인사로 배웅을 마쳤다면

이번에는 지긋이 눈 내리깔고

짙게 우러난 진심의 심연을 바라보자.

진심은 비중이 큰 탓에 고스란히 가라앉는데

이런 때에는 국자로 정중히 저어

컵에 가득 떠 담으면 되는 것이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고도 바다에 물든 적이 없고

우는 모습조차 목격된 적이 없으나

창에 꿰인 몸 하나를 간장에 적시어 보면

비로소 참았던 눈물이 짜다.

그러니 국물을 들이켤 때에는

작은 목숨이라 쉬이 생각 말고

조심 또 조심하자.

그네들 체온이 살았을 적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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