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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고사 >

by 제페토* 2012. 8. 3.

< 고사 >

 

 

상식 없는 세상에서

차라리 그는 신비주의를 택했다

고사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살림 좀 피게 해주리라는 것뿐

 

수완 좋은 돼지머리 장사꾼은

놈의 눈매를 활처럼 구부리고

아가리에 재갈 물려 미소 짓게 하는 것으로

열에 아홉 망한다는 자영업자의 앞날에

번창만을 빌게 했다

 

삶아진 혀로 받아낸

인지상정의 푸른 밑천 삼십여 장은

마누라 앞치마 깊이 꾹꾹 눌려 심겼다

 

그럼에도 빚만 쌓여가던 요즘

편리하게 나라님을 탓하는 대신

서둘러 세 번째 고사를 준비하는 까닭은

상식 없는 시대에

차라리 그는 신비주의자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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