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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목욕 >

by 제페토* 2019. 3. 23.

< 목욕 >

 

 

죄를 씻는 시간.

아플수록 기쁜 고난주간의 원리주의자처럼

로마산 타월로 제 몸에 찰과상 입히는 시간.

 

처벌을 마치고 성수를 부으면

도망치듯 몸을 떠나는 

콩비지만큼 창백한 죄의 낯빛.

 

거듭난 몸뚱이를 거울 앞에 세워놓는 보람도 잠시.

뿌듯함은 번번이 지나쳐

다시 간절해지는 죄의 즐거움.

 

안일한 마음으로 길을 나서다 힐끗 보면

돌아앉아 제 죄를 감당하고 있는 

동일범들의 등짝.

 

재범을 밥 먹듯 저지르는

산다는 것의 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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