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득하다 >
나뭇잎이 땅에 닿기까지
오롯이 지켜본 이가 몇이나 될까?
우리는 보지 못한 것을 본 것처럼 말하는
불량한 습성이 있다.
술 약속을 깨자.
잠자코 가로수 아래에
눈도 깜빡 말고 서서
낙하의 전과정을 지켜보자.
잎이 가지에서 분리된 이 순간,
비로소 나뭇잎은 낙엽으로 불리고
우수가 깃든 소품이 되었다.
머잖아 헤어지는 연인의 발밑에서
눈물 대신 기념할만한 소릴 내 주리라.
짧은 활공 그리고 착지.
그 사이에 우리는 인생을 살았다.
새 생명이 태어났고, 누군가의 일생이 끝났다.
삶에 생략은 없으며
세상에 빈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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