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절기 >
한 해가 저물 무렵이면
어머니는 어깨를 움츠려
가슴이 바스러지는 소릴 냈다.
당신은 영영 겁쟁이가 된 걸까.
아버지는 죽었잖아요. 이제 그만 잊으세요.
아니다, 얘야. 어젯밤에도 네 아버지가 나를 때리던걸.
그건 꿈일 뿐, 지금은 제가 있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아니.
떨어진 낙엽을 너그러이 봐주는 날도 한철일 뿐
결국 아무렇게 치워지잖니.
그러니 내가 죽으면 깨끗이 화장하려무나.
사는 동안 바짝 울어두었으니 연기 없이 훌훌 탈 게다.
어머니, 저는 낙엽을 태우지 않겠어요.
바스러지게 밟지도 않겠어요.
시간이 다하기를 기다려
모든 것이 끝난 후 나의 길을 가겠어요.
앓고 떠나는 몸살처럼
슬픔도 한철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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