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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환절기 >

by 제페토* 2018. 11. 29.

< 환절기 >

 

 

한 해가 저물 무렵이면

어머니는 어깨를 움츠려

가슴이 바스러지는 소릴 냈다.

당신은 영영 겁쟁이가 된 걸까.

아버지는 죽었잖아요. 이제 그만 잊으세요.

아니다, 얘야. 어젯밤에도 네 아버지가 나를 때리던걸.

그건 꿈일 뿐, 지금은 제가 있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아니.

떨어진 낙엽을 너그러이 봐주는 날도 한철일 뿐

결국 아무렇게 치워지잖니.

그러니 내가 죽으면 깨끗이 화장하려무나.

사는 동안 바짝 울어두었으니 연기 없이 훌훌 탈 게다.

어머니, 저는 낙엽을 태우지 않겠어요.

바스러지게 밟지도 않겠어요.

시간이 다하기를 기다려

모든 것이 끝난 후 나의 길을 가겠어요.

앓고 떠나는 몸살처럼

슬픔도 한철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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