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다 >
거짓말처럼 가을이 왔습니다.
오죽했겠습니까마는,
입간판이 넘어진 것은
바람에 진심이 실린 까닭이겠지요.
선풍기를 닦는 주인 얼굴이
죽은 사람처럼 평온합니다.
다들 한시름 놓았습니다.
비가 서너 번 더 내리면
기록적인 더위는 옛날 얘기처럼 시들해질 테고
고열에 시달리던 밤이
외려 그리울 날 있겠네요.
가령 혹한의 성탄 전야에
부둥켜 안은 연인 곁으로 귀가하는
홀몸의 질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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