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
눈물 좀 흘리면 어떠냐
남자가 울면 좀 어떠냐
눈물이 별건가
사랑하는 내 님 꺼져 가는데
그깟 체면이 대순가
탈진 할라, 탈수 될라, 걱정 말아라
기어가도 십분이면 바다다
진작에 글쟁이들이 우려먹은 탓에
싱거워질 대로 싱거워졌다지만
눈물로서는 쓸만하다
텅 빈 가슴 채운다
충분히 마셔둔다
돌아올 때에
별이 부르면 대답하지 않는다
갈매기 눈인사 받아주지 않는다
해풍에 붙들린 소매 정중하게 뿌리친다
오늘은 바쁘다고
다음에 다음에
비틀비틀 휘청휘청
제멋대로 허우적대는
발끝에 집중한다
병원 현관으로 달려 들어가는 나는 아직
우리 님이 오분 전에 떠난 사실 까맣게 모르지만
약속했던 작별 키스 지키지 못했지만
상관 않고 울어주겠다
눈물이 조금 더 필요하게 되었지만
기어가도 십분이면 바다다
이른 새벽부터 바다를 마시던 나는
밝아오는 아침 넋 놓고 바라보다가
충혈된 눈 질끈 감고 고개 저었다
아니지, 아직은 아니지
바다가 마르는 날
그 날이 이별인 거지
그리고 바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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