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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콩밭에서 >

by 제페토* 2013. 6. 30.

< 콩밭에서 >

 

 

시골집 나지막한 뒷산에

여린 잎이 풍성한 나뭇가지들이

흡사 수초처럼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아직 태풍은커녕 장마조차 겪지 않은

어린 것이었음에도

소리로는 제법

쓸쓸한 가을을 흉내 내고 있었습니다

 

표현할 방법도 없고

사전에도 없는 그 소리를

아아, 나는요

삽질을 멈추고

새 울음을 멈추고

우주를 멈추고

비석처럼 가만히 듣고 섰다가,

느낄 수 있음에 앞서

들을 수 있음을 먼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허락 없이 해가 산을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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