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
놀러 나온 두 소년이
발맞추어 걸었다
부축하듯 서로 어깨를 엮는 것으로
한나절의 운명을 엮었다
오솔길은 이내 끝나고
집 나올 적 기대감과 파릇한 우정은
펄펄 끓는 개활지 앞에
단단히 시험 들었다
소년들은 나아갔고
짧지 않은 길 위엔
개구리며 살무사가
병사의 죽음처럼 타죽었다
절름발이네 논둑길을 지날 때쯤엔
땀 젖은 실루엣 하나가
잠시 휘청인 듯도 한데,
누구도 먼저 어깨를 풀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그들에게
길은 멀어지는 심술을 부렸지만
넋조차 녹이는 도가니 속이라도
작은 보폭이나마
멈추지만 않는다면
길 끝 너머 좋은 세상
만날 수 있겠지?
머얼리, 신작로 끄트머리에
이국의 도시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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