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출 >
문을 나서면
거침 없는 봄볕이다.
잠시 멈추어 서되
눈 위에 그늘을 만드느라 손을 쓰지 말자.
갱도를 나온 광부처럼
쇄도하는 빛을 환영하자.
꼼짝 말자.
세상사에 접질린 마음에
따가운 광선이 침 놓을 수 있게
얌전히 굴자.
창백한 얼굴이 그을리는 건 권장할 만한 일.
도대체 얼마 만인가를 헤아리며
공연히 자책하지 말자.
내일도 봄볕은 쏟아붓고
새 술친구를 발굴해도 이를 만큼
삶은 여전히 아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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