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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외출 >

by 제페토* 2018. 6. 2.

< 외출 >

 

 

문을 나서면

거침 없는 봄볕이다.

잠시 멈추어 서되

눈 위에 그늘을 만드느라 손을 쓰지 말자.

갱도를 나온 광부처럼

쇄도하는 빛을 환영하자.

꼼짝 말자.

세상사에 접질린 마음에

따가운 광선이 침 놓을 수 있게 

얌전히 굴자.

창백한 얼굴이 그을리는 건 권장할 만한 일.

도대체 얼마 만인가를 헤아리며

공연히 자책하지 말자.

내일도 봄볕은 쏟아붓고

새 술친구를 발굴해도 이를 만큼

삶은 여전히 아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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