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포리 >
해가 서해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우리는 앞다투어 취했고
누군가 훌쩍거렸지만 모르는 척했다
저렇게 지는구나
저 무거운 세상이
우리 중 누군가가 방귀를 뀌었지만
다들 잘 참아냈다
저 무거운 것이 지는데!
얘들아, 태양은 내일도 진단다
K가 소주의 급소를 팔꿈치로 내리찍었다
이혼 소송이 길어져 낙이란 걸 잊은 그는
열두 병째 소주를 쳐죽일 작정이었다
조선족 아줌마가 테이블을 다시 세팅했고
우리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잔을 채웠다
내일도 태양이 진다니!
우리는 살아도 그만
취해도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