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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고독사 >

by 제페토* 2016. 3. 1.

< 고독사 >

 

 

지독한 밤에

갓 지은 밥 위로 살얼음물을 부으니

물은 물 대로

밥은 밥 대로

미지근히 섞이는 서로가 좋았다

미련처럼 뿌옇게 

방정 같은 것이 일었다

 

그는 짜디짠 간장만이 유일한 반찬이라는 점이

못내 서럽기는커녕

태양이 식어가는 이 순간에도

밥알 세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오래지 않아 야위었던 밥알은 탱탱히 살 올랐고

쉰 살을 넘기지 못한 육신은

떠날 채비를 마쳤다

 

개울 너머 눈밭을

발자국도 없이 오는 이여

이 몸이 식기 전에 오소서

함께 아침을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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