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사 >
지독한 밤에
갓 지은 밥 위로 살얼음물을 부으니
물은 물 대로
밥은 밥 대로
미지근히 섞이는 서로가 좋았다
미련처럼 뿌옇게
방정 같은 것이 일었다
그는 짜디짠 간장만이 유일한 반찬이라는 점이
못내 서럽기는커녕
태양이 식어가는 이 순간에도
밥알 세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오래지 않아 야위었던 밥알은 탱탱히 살 올랐고
쉰 살을 넘기지 못한 육신은
떠날 채비를 마쳤다
개울 너머 눈밭을
발자국도 없이 오는 이여
이 몸이 식기 전에 오소서
함께 아침을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