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탁 >
성급히 낙엽을 치우는 건
참으로 멋없는 일이다
당분간 쌓이는 대로 놓아둔다면
점심을 마치고 거리로 나선 월급쟁이들의
커피 맛을 돋우거나
아직 공표되지 않은 사내커플이
멀찌감치 떨어져 걸으며
서로의 낙엽 밟는 소릴 주워 담는 재미로
잘만 된다면야
더없이 쏠쏠한 추억이 될 것인데
시간을 죽일 만큼 배짱 두둑한 나도
어디,
마른 낙엽들이 바람에 낮은 파고로 밀리는 소릴 들어볼까?
돌담 밑에서 노인이 빼 문 돗대가
사스스... 타들어가는 소리만큼이나
쓸쓸한 여운이 남는
그래서 사별 이후 처음으로
여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 들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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