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광로 청년의 연말 >
그 날 밤, 그러니까
이천십 년 십이월 삼십일 일이었다
내년까지는 삼 분 남짓 남았고
거리는 희망으로 들떴었다
좀 더 부자 돼야지
좀 더 성공해야지
한 해 굵직한 사건을 정리한 십대 뉴스에
청년의 죽음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새해에는 좋은 것만 생각하자며
지난 달력 떼어 내듯 쉬이 잊는 건 아닌지
어머니는 지레 서러운 눈물을 쏟았다
"궁상맞게스리"
눈 흘기며 베란다로 나간 칠순의 아버지는
착해 빠진,
참 더럽게도 착해 빠진 도시를 굽어보며
불 없는 담배를 어금니에 문다
안간힘을 쓴다
"별수 있나, 산 사람이나 살아야지"
그렇기로서니 기억을, 아픔을
우리의 과실을 모르는 척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아나운서의 카운트다운이 7옥타브를 향해 열을 낸다
오...사...삼...이...일!
직전에 아버지 눈물보가 터지고 말았다
늦둥이네 가족은 그렇게 새벽까지 울었는데,
내년까지 운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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