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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용광로 청년의 연말 >

by 제페토* 2011. 4. 12.

< 용광로 청년의 연말 >

 

 

그 날 밤, 그러니까

이천십 년 십이월 삼십일 일이었다

내년까지는 삼 분 남짓 남았고

거리는 희망으로 들떴었다

좀 더 부자 돼야지

좀 더 성공해야지

한 해 굵직한 사건을 정리한 십대 뉴스에

청년의 죽음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새해에는 좋은 것만 생각하자며

지난 달력 떼어 내듯 쉬이 잊는 건 아닌지

어머니는 지레 서러운 눈물을 쏟았다

"궁상맞게스리"

눈 흘기며 베란다로 나간 칠순의 아버지는

착해 빠진,

참 더럽게도 착해 빠진 도시를 굽어보며

불 없는 담배를 어금니에 문다

안간힘을 쓴다

"별수 있나, 산 사람이나 살아야지"

그렇기로서니 기억을, 아픔을

우리의 과실을 모르는 척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아나운서의 카운트다운이 7옥타브를 향해 열을 낸다

오...사...삼...이...일!

직전에 아버지 눈물보가 터지고 말았다

늦둥이네 가족은 그렇게 새벽까지 울었는데,

내년까지 운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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