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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속없는 위로 >

by 제페토* 2013. 2. 7.

< 속없는 위로 >

 

 

초저녁부터 내린 눈이

백설기처럼 두툼하게 쌓였습니다.

 

널찍한 넉가래로 떠 담아

유서 깊은 가난 꾹꾹 쟁여놓은 쪽방 문 열고

몰래 한 덩이씩 넣어 드리고 싶습니다.

 

김 한 올 오르지 않는 냉랭한 그것이지만

군것질거리 떨어지고 말동무마저 떠나버린

소설책 백 권짜리 팔자 드센 칠십 평생을

입안에 숯불처럼 삭이셨으니

 

할머니요,

지 멋대로 노는 헐거운 틀니로도

거뜬히 녹여 드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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