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없는 위로 >
초저녁부터 내린 눈이
백설기처럼 두툼하게 쌓였습니다.
널찍한 넉가래로 떠 담아
유서 깊은 가난 꾹꾹 쟁여놓은 쪽방 문 열고
몰래 한 덩이씩 넣어 드리고 싶습니다.
김 한 올 오르지 않는 냉랭한 그것이지만
군것질거리 떨어지고 말동무마저 떠나버린
소설책 백 권짜리 팔자 드센 칠십 평생을
입안에 숯불처럼 삭이셨으니
할머니요,
지 멋대로 노는 헐거운 틀니로도
거뜬히 녹여 드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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