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구에서 >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이 엄마는 눈 밑에 제방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제 눈물이 넘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선착장을 만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눈언저리에 작은 등대까지 세워둔다면
혹여 돌아올 아이가 헤매는 불상사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생각했다.
아주 잠시 아이를 생각했을 뿐인데
얼마나 지났다고 또다시 충혈된 흰자위 상공으로
월식처럼 캄캄한 눈동자가 떠올랐다
별들이 빠르게 껌뻑거렸다
하늘이 붉어지는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세계라면 차라리 눈 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새 눈동자의 인력을 이기지 못하고 차오르는 바다, 사리다.
울컥, 하고 짠물이 뺨 위로 넘쳤다
백여 일 동안 생겨난 몇 개의 물골마다 기억은 따끔거렸고
그렇게 뭍의 능선을 흔들어 놓은 후에야 바다의 수위는 낮아졌다
아이 아빠가 티슈를 간단히 뽑아 올렸다
생각했다. 달을 띄우는 힘이라면 저깟 배쯤은 아무것도 아닌데.
'기억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억하기 > (0) | 2021.04.16 |
---|---|
< 송별 > (0) | 2018.04.16 |
< 백치에게 > (0) | 2017.04.23 |
세월호 실종자의 생환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0) | 2014.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