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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가는 대로, 함부로

< 대숲 >

by 제페토* 2020. 11. 14.

< 대숲 >

 

 

연골을 없애고

마디만을 남긴 너는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

지조의 표상이 되었지만

 

강풍이 불 때면

먼눈으로 사방을 더듬으며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느라

잎이 찢어지고

파도가 밀려오고

비가 퍼부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면

일찍이 꺾이어 피리가 되어 떠난 벗을 생각하며

군락을 이룸도

높아짐도 외로웠다.

 

그런 이유로 너는 텅 비었구나.

살이 붙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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